-
12월 26일, 크리스마스 연휴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 나는 대한민국 최고의 공학의 배움의 터에 감히 발을 들여놓았다.
처음엔 걱정이 많이 되었다. 아니, 사실 걱정 뿐이였다. 2년 동안의 군입대, 반 년 간의 취미 수준으로 그쳐버린 게임 개발. 도합 3년에 이르는 배움에 있어서의 공백의 기간.
생전 배운 적 없는 어플리케이션 개발을 잘 할 수 있을까, 어린 친구들과 재밌게 어울리면서 지낼 수 있을까, 밥은 맛있을까-와 같은 심오한 걱정들 뿐이였다.
그러나 빠른 시일 내에 그런 걱정은 괜한 기우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매일매일의 과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만만치 않은 문제, 똑똑한 동료들과의 토론, 어우러지는 시너지에서 나오는 기발한 해결책, 그리고 해결.
어린 친구들과 함께할 때도 나잇값 못한다는 소리 안들으려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 보잘 것 없는 실력이지만 그래도 실무를 해 본적 없는 어린 동생들에게 궁금한 점, 막히는 점이 있었으면 조금이나마 알고 있는 지식을 가르쳐주었고 기본적으로 영특한 친구들이기에 그들에게도 배울점이 있으면 겸손하게 배워나갔다.
매일 새벽 3시쯤, 가까운 친구들과 함께 다 같이 눈발이 쌩쌩 날리는 영하 10도의 추위에 기숙사로 돌아가면서, 함께 걷는 친구들의 피로라고는 찾을 수 없는 생기 넘치는 표정을 보면서 나는 괜히 이상한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도록 몰래 살짝 뒤에서 웃곤 했다. 하지만 이 친구들도 역시 사람인지, 날이 쌓여 프로젝트 발표 전날이 되면 누적된 피로를 도저히 풀 순 없었는지 다들 피곤해보이고 초췌한 몰골로 실습실에 나타나곤 했다. 그런 몰골 속에서도 단 한 곳, 친구들의 눈만은 반짝이며 빛나고 있었다.
매일매일하는 프로젝트와 별개로 일주일마다 가지는 현업자분들의 강의는 매주 나에게 신선한 영감을 주었다. 입대 전, 재학 중에도 교내외 세미나들은 나름 많이 다녀보았다고 자부하는 나지만 이 정도로 내가 갈 길과 관련된 특정한 업계에서 종사하는 대단한 사람들을 볼 기회는 많이 없었다. 수많은 1세대 개발자들, 그리고 지금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들의 성공담, 실패담을 들으며 함께 과거의 언덕을 오르고 내리는 듯한 생생한 경험담에 강의 시간이 너무나 짧게 느껴졌다.
곧 학교 복학이 다가오는 지금, 만약 내가 이 경험을 해보지 못했다면, 그랬을 나와 지금의 나는 실력적으로도, 그리고 사고방식으로도 상상치도 못할 큰 차이가 생겼을 것 같다. 주변에 흔히 있는 '이 길을 택하는게 정말 나에게 맞는 선택일까?' 라는 문제로 고민하는 후배가 있다면 단 하나의 망설임도 없이 이 수업을 추천해 줄 것 같다.
이런 경험을 적지 않은 노력으로 만들어주셨을 류석영 교수님, 장병규 위원장님껜 정말 글로 다 표현하지 못할 만큼 감사할 따름이다.
'Not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끝내주는 이력서를 쓰는 방법 (0) 2016.12.11 프로카데미 + 넷탠션 입사문제 (0) 2016.12.01 http://www.riss.kr/index.do (0) 2016.10.14 개발자 이력서 작성 팁 (0) 2016.06.04 최신 동향 확인 (0) 2016.05.15